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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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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6
  • 2026.08.17 18:44
 
8·17일 아침 단상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날)
 
하늘시인 이영하
 
 
대체휴일의 아침이다. 새벽 다섯 시가 조금 지나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고,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공기에는 한결 부드러운 냄새가 배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서둘러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조금 천천히 집을 나섰다.
아파트 둘레길을 걸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도 가끔은 달력에 적힌 휴일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휴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늘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후회하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세상의 일까지 마음속으로 몇 번씩 되돌려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부터 이내 지쳐버린다.
 
 
요즘 아침마다 뉴스를 접하면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행한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전쟁과 테러, 산불과 홍수, 가뭄과 폭염,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 하루아침에 가족과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지구촌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가까워져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슬픔도 우리의 아침 식탁까지 찾아오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모든 불행을 내 마음에 다 짊어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있고,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도와 관심으로 마음을 보태되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걱정 속에서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찾아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이 강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도 잘 살아보자.” 이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것. 때로는 거창한 목표보다 그 작은 자기 격려 하나가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셀프 동기부여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오늘 하루만 잘 살아보자.”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나에게 먼저 건네는 위로다.
 
 
걷다 보니 문득 오래된 인연들이 떠올랐다.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잠시 스쳐 간 사람도 있었고, 긴 세월 곁을 지켜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인연은 만나는 횟수보다 마음의 깊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 한쪽에 늘 따뜻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 있고, 매일 얼굴을 마주해도 마음은 먼 곳에 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인연을 잘 유지한다는 것은 자주 연락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운함을 조금 덜 만들고, 고마움은 조금 더 표현하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오래된 인연이라고 해서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인연은 나무와 같아서 저절로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배려라는 물을 주어야
푸른 잎을 계속 피워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니 인생의 마지막 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마음이 멀어져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같은 집에 있어도 마음이 멀면 먼 사람이고,
수천 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가까운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며 좁혀야 할 가장 중요한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리인지도 모른다.
 
 
대체휴일인 오늘, 나는 조금 덜 걱정하고 조금 더 사랑하며 살아보려 한다. 세상의 모든 불행을 내가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나는 한 사람에게 작은 친절 하나를 건넬 수는 있다.
세상의 모든 전쟁을 끝낼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불필요한 다툼 하나를 줄일 수는 있다.
지구의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지만
내가 걷는 길에 버려진 작은 쓰레기 하나를 주워 들 수는 있다.
삶은 어쩌면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는 데서 아름다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제의 비가 세상을 씻어놓은 듯 길가의 나무들은 한층 더 푸르게 빛났다. 비가 온 뒤에는 하늘이 더 맑아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눈물과 걱정을 지나야 맑아지는 것인지 모른다.
 
 
오늘은 대체휴일이다.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자.
잊고 지낸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나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자.
“잘 살아왔다.” “괜찮다.” “오늘도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가 될 것이다.”
대체휴일의 아침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가까운 길은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고.
오늘 하루,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인연은 조금 더 가까이하고
마음의 거리는 조금 더 좁히며 살아보자.
그러면 오늘의 휴일은 단순히 쉬는 하루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다시 충전하고 사람을 다시 사랑하는
참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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